늦더위 열대야에 무너진 생체리듬, 수면테크로 지킨다


 


불면증, 수면무호흡증, 교대근무 피로, 시차 적응 등 다양한 문제를 풀기 위해 수면테크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해법을 내놓는다.

불면증, 수면무호흡증, 교대근무 피로, 시차 적응 등 다양한 문제를 풀기 위해 수면테크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해법을 내놓는다.


늦더위 폭염과 열대야로 잠을 설치는 날이 많다. 밤에는 체온이 떨어져야 뇌가 ‘이제 잘 시간’이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열대야에는 체온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는다. 깊은 잠이 들기 어렵고 자다 깨는 횟수도 늘어난다.  


충분히 잔 것 같은데 피곤하고, 오래 누워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현상 뒤에는 이처럼 생체리듬(circadian rhythm) 교란이 자리한다. 생체리듬은 24시간 주기로 반복되는 신체 시계다. 뇌 시상하부의 시교차상핵(SCN)이 빛·어둠·식사 시간 등을 감지해 체온과 호르몬을 조절한다. 어두워지면 멜라토닌 분비가 증가해 잠을 부르고, 아침엔 코르티솔이 증가해 각성을 돕는 식이다. 그러나 야간 근무, 시차, 늦은 야식, 스마트폰 사용은 생체 시계를 교란한다.


생체리듬과 실제 수면·각성 시간이 어긋나는 사회적 시차를 경험하면 피로감에서 그치지 않는다. 수면 부족으로 이어져 면역력 저하와 함께 암과 심혈관 질환 등 심각한 질병의 촉매가 된다. 예컨대 하루 6시간 이상 충분히 자야 면역 세포(T세포, NK세포)의 활동을 회복·조율한다. 수면이 부족하면 면역 세포의 활성도가 떨어진다. 암세포나 바이러스 감염 세포를 제거하는 능력이 약해진다. 이런 이유로 교대근무처럼 수면-각성 리듬이 깨지는 상황은 발암 가능 요인으로 꼽힌다. 만성 수면 부족이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해 당뇨병 발생 가능성이 커져 체중 조절도 어려워진다. 고혈압·심근경색·뇌졸중 위험이 커진다.


수면 개선은 규칙적인 취침·기상 시간, 아침 빛 노출, 일정한 식사와 운동이 기본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분석과 디지털 바이오마커 같은 기술이 더해지면 맞춤형 수면 시대 열린다. 수면 솔루션이 개인의 생체 리듬을 진단·교정하는 관리로 이동하고 있다.


불면증, 수면무호흡증, 교대근무 피로, 시차 적응 등 다양한 문제를 풀기 위해 수면테크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해법을 내놓는다. 최근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혁신상 수상과 글로벌 진출로 K-수면테크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바이오 스타트업 성장의 요람인 서울바이오허브 입주 기업들이 선보이는 K-수면테크 기술과 서비스를 소개한다.


“병원급 수면검사, 이제 집에서”

위스메디컬  


병원에서만 가능했던 정밀 수면다원검사가 가정에서도 가능해진다. 위스메디컬은 웨어러블 기기 ‘테드림(Tedream)’을 통해 환자가 집에서 손쉽게 뇌파·호흡·심장박동을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마·가슴·팔에 붙이는 무선 센서 3개로 주요 생체 신호를 포착한다. 장비 착용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면서도 병원 검사 수준의 정확도를 유지한 것이 특징이다.


테드림은 이마·가슴·팔에 붙이는 무선 센서로 ​​​​​​​​​​​​​​주요 생체 신호를 포착한다.
테드림은 이마·가슴·팔에 붙이는 무선 센서로 ​​​​​​​주요 생체 신호를 포착한다.


원천기술은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연구진이 개발했다. 현재 국내외 병원과 연구소에서 연구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위스메디컬은 올해 안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허가를 받아 실제 진료 현장에 도입하고 해외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수면다원검사는 수면장애 진단의 표준검사다. 뇌파·호흡, 산소포화도, 심박 수, 근전도 등을 동시에 측정해 불면증·코골이·수면무호흡증 같은 문제를 확인한다. 보통 병원 수면클리닉에서 하룻밤 동안 진행한다. 정확한 진단과 맞춤 치료 계획에 활용되는 검사다.


“인공지능(AI)과 빛으로 무너진 리듬을 되돌리다”

루플


루플은 생체시계를 움직이는 핵심 요소인 ‘빛’을 활용해 수면의 질을 높이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대표 제품 ‘올리(Olly)’ 시리즈는 불면증, 교대근무 피로, 시차 적응 등 다양한 문제에 적용된다. 인공지능(AI) 기반 생활 패턴 분석과 맞춤형 광테라피 기술을 결합했다. 임상 시험을 통해 효과를 입증했으며 이 성과로 CES 혁신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올리(Olly)’ 시리즈는 불면증, 교대근무 피로, 시차 적응 문제에 적용된다.
‘올리(Olly)’ 시리즈는 불면증, 교대근무 피로, 시차 적응 문제에 적용된다.


루플의 원리는 광(光) 테라피다. 특정 파장과 강도의 빛을 활용해 신체의 24시간 생체리듬을 동기화하는 방식이다. 아침에는 각성과 집중력을 높이고 저녁에는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해 숙면을 돕는다. 출장이나 교대근무 시에는 시차 적응에도 활용할 수 있다.


최근 루플은 교육기관, 대기업, 병원, 건설사 등의 시장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가정과 직장, 공공시설 등 에서 자동으로 최적의 빛 환경을 조성하는 지능형 헬스케어 허브로 진화 중이다.


“약 대신 습관을 바꿔주는 수면 코치 앱”

슬립포레스트


슬립포레스트는 사용자가 스스로 생활 리듬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지능형 앱을 개발하고 있다. 이 앱은 사용자의 수면 패턴과 취침 전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루틴을 제안한다. 또 호흡 훈련, 힐링 사운드, 환경 조절 가이드 등 인지행동치료(CBT-I)에 기반을 둔 비약물 솔루션을 제공한다.  


인지행동치료(CBT-I)는 ‘잠을 못 자면 큰일 난다’는 불안한 생각을 교정하고 규칙적인 취침·기상 습관을 잡도록 돕는 방식이다. 약물 의존도를 줄이고 자연스러운 회복을 돕는다. 슬립포레스트는 현재 병원과 연구기관과 협력해 불면증 환자와 교대근무자 맞춤 프로그램을 고도화하고 있다. 향후 디지털 치료제 수준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웨어러블+AI로 우울증·치매 위험까지 예측”  

휴서카디안  


휴서카디안은 웨어러블 기기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일주기 리듬 헬스케어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이 플랫폼은 사용자의 생체 신호 데이터를 수집해 AI가 분석한다. 이를 통해 우울증·불면증·치매 등 다양한 질환 위험을 조기에 예측한다. 동시에 개인별 생활 패턴에 맞춘 맞춤형 중재 치료를 제안하는 것이 특징이다. 중재란 질환 위험을 낮추거나 진행을 늦추기 위해 생활습관·행동·환경을 바꾸는 개입을 뜻한다. 휴서카디안은 두 가지 사업 모델을 병행하고 있다. 하나는 의료진이 처방하는 디지털 치료제, 다른 하나는 일반 소비자를 위한 구독형 웰니스 서비스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