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마비노기 모바일’이 21일 대규모 업데이트로 또 한 번 진화했다.
이번 업데이트는 9월 말로 예정된 ‘여신강림 3장: 팔라딘’에 앞서 게임의 기반을 다지는 과정이다. 직업 밸런스 개편, 편의성 강화, 신규 콘텐츠 추가 등 단순 기능 개선을 넘어 플레이 경험 전반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포함됐다.
지난 14일 라이브 방송에서 약속한 대로, 듀얼 블레이드와 마법사, 힐러계 직업군이 개선됐다. 듀얼 블레이드와 마법사는 딜러로서 더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힐러계 직업군은 각 직업의 콘셉트를 강화하는 형태로 조정됐다.
예고엔 없었으나 댄서, 음유시인 등 함께 개선되는 직업도 있었다. 대체로 버그 수정이나 플레이 체감 개선에 집중했다.
여기에 새로운 성능의 유니크 아이템과 원형 룬, 룬 승급 테이블에 어비스/레이드 룬 추가(천자루의 검 제외)에 따라 직업별 세팅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길드 협력 콘텐츠 ‘길드 함선’과 최대 8인까지 함께 즐기는 미니게임 ‘달밤의 늑대인간’처럼 여럿이 모여 함께 즐길 거리도 관전 포인트다. 어비스/레이드에 ‘우연한 만남’ 적용, 스텔라그램의 기능 강화로 유저간 교류도 보다 활발해졌다.
다양한 편의성 개선과 크고 작은 버그 수정도 진행됐다. 미스틱 다이스 일괄 개봉, 간단히 가방 정리를 시작으로 패션 슬롯 확장, 결제 수단에 넥슨 캐시 추가, 레이드/지도/촬영 모드 등 UI 개선, 클래스 특화 어시스트로 반복 전투 최적화까지, 여기 다 담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기자도 업데이트가 되자마자 밭으로 뛰어갔다. 수많은 유저가 밭으로 뛰어서 라이브 방송 동시 시청자 수 이후 마비노기 모바일의 인기를 다시 체감했는데 길드함선, 우연한 만남, 달밤의 늑대인간 등 빠른 체감이 가능한 콘텐츠 위주로 후기를 전해본다.
■ 서버가 열리자마자 모두 밭으로 달려 나간 이유 ‘길드함선’

업데이트가 되자마자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길드함선’을 건조하는 콜헨 조선소다. 양들이 서식하던 콜헨 북부에 새로 추가됐으며, 도착하면 건조 중인 거대한 길드함선을 볼 수 있다.
지난 3주간 매주 1단계 1차, 2차, 3차 재료를 나눠 공개했는데, 함선 건조를 위한 재료 납품 역시 1차, 2차, 3차로 나눠 진행한다. 1차 재료를 모두 납품하면 일정 시간 동안 배가 건조되기를 기다렸다 다음 차수 재료를 납품하며, 이를 3차까지 마무리하면 배가 완성된다.
납품해야 하는 재료가 상당히 많고 신규 채집 재료의 수급 속도/신규 가공 재료의 생산 시간이 상당하다. 대규모 업데이트가 있는 9월 말까지도 길드함선의 완성은 요원해 보인다.

그럼에도 업데이트 직후 유저들 사이에서 가장 화제가 된 건 길드함선 재료 확보였다. 1차 납품 재료 ‘타르’를 만들기 위해 일제히 밭에 모여 점토를 캐는 모습에서 누구보다 빨리 길드함선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메이플스토리, 로스트아크에서 신규 보스 퍼스트 클리어로 대항전이 벌어졌다면, 마비노기 모바일에선 길드함선 첫 건조가 대항전 종목이 된 셈이다. 최초로 길드함선을 완성하는 서버/길드는 과연 어디일까?
■ 파티 매칭 스트레스 줄인 ‘어비스/레이드 우연한 만남’

전투 콘텐츠 개선은 길드함선과 더불어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변화였다. 특히, 어비스/레이드로 확장된 ‘우연한 만남’에 대해서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던전에 일단 입장해 파티를 매칭하는 기존과 달리, 어비스/레이드 우연한 만남은 던전 입장 전 적정 전투력에 따라 파티원을 매칭한다. 이때 파티 구성원의 전투력은 표시되지 않으며, 입장한 후에도 파티 구성원의 전투력은 볼 수 없다. 어비스는 클리어 후 파티가 바로 해산되나, 레이드는 잠시 그 자리에 남아 서로 인사할 시간은 가질 수 있다.
사실 우연한 만남의 확장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컸다. 이미 어비스/레이드는 대미지 효율이 떨어지는 어시스트를 키고 플레이하거나, 권장 전투력에 못 미치는 유저를 끼워 가려는, 이른바 ‘업둥이’ 문제로 공팟에 진저리를 치는 유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일반 파티 플레이처럼 직접 파티를 만들고 제한을 설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우려를 키웠다. 다행히 실제로 체험한 어비스/레이드 우연한 만남은 빠르게 매칭을 잡기 어려운 유저들을 위한 기능으로 작동했다.
어비스 지옥7, 글라스기브넨 매우 어려움 이전 난도의 파티를 구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되며, 상위 콘텐츠로 올라오는 유저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파티 매칭은 그 자체로 스트레스다. 파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스펙, 태도로 분쟁이 발생하기 십상이고, 진행 전부터 마음이 상하는 일도 많다. 우연한 만남에서는 일단 파티가 구성되기에 그럴 일이 없다.
그래서일까? 어비스/레이드 우연한 만남에선 서로 격려를 하거나 솔선해 음식을 나누는 등 그동안 했던 공팟보다 나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파티 플레이에 부담을 느껴 어비스/레이드를 꺼렸던 유저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우연한 만남과 함께 기존 어시스트 모드의 강화판 ‘클래스 특화 어시스트’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스킬과 스킬 사용 중간에 기본 공격을 사용하지 않고 스킬만 연속으로 사용하는 덕분에 반복 콘텐츠 플레이에서 상당한 효용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진작에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계속 나아지는 모습에 응원을 보내본다.
■ “굳건함? 살려드리겠습니다” 논리보단 민심, 달밤의 늑대인간

마비노기 시절부터 유저들은 어딘가에 한데 모여 놀기를 좋아했다. 그런 놀이 중 가장 인기 있던 것은 마피아 게임으로, 원작의 감성을 잘 살린 마비노기 모바일에도 그대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달밤의 늑대인간’은 그럼 마피아 게임과 비슷한 룰로 진행되는 타뷸라의 늑대를 마비노기 모바일식으로 재현한 콘텐츠다. 인스턴스 지역화된 던바튼에 최대 8명의 유저가 모여 늑대 vs 주민의 구도로 두뇌싸움을 벌일 수 있다.
79만 8천 골드라는 높은 시작 비용이 걸리지만, 주최자만 구입하면 되니 게임 참가 자체의 부담은 적은 편이다. 기자도 다른 유저의 파티에 끼어 달밤의 늑대인간을 즐겨봤다.
마비노기에서 즐기던 마피아 게임처럼, 달밤의 늑대인간도 논리보단 기세, 민심이 우선시되는 모습이었다. 나쁘다는 게 아니다. 현란함 엠블럼을 끼고 있다고 매달고, 늑대 펫을 데리고 다니니 매달고, 패션에 어쩐지 늑대 같다며 매달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왁자지껄한 논쟁이 즐거웠다. 물론, 그 안에서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하는 이들도 있다.
주민과 늑대 선정부터 낮의 늑대 투표와 처형 결정, 밤의 늑대 및 역할 주민 활동은 모두 게임이 자동으로 처리해 주므로, 유저들은 온전히 마녀사냥(?)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전투와 생산 사이에 기분 전환을 하고 싶다면 달밤의 늑대인간 파티를 찾아보도록 하자.
■ 채집/가공 버그 “9월 4일은 조금 늦는데 더 빠르면 안 될까?”

이번 업데이트로 마비노기 모바일은 누구나 느긋하고 여유롭게 즐기는 RPG라는 자신의 방향성을 확고히 했다. 게임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희망도 보여줬다.
다만, 이번 업데이트와 함께 불거진 여러 버그와 그 대응에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가장 이목을 끄는 버그는 채집과 관련된 버그다. 길드함선이 정말 많은 재료를 요구하기에 서버가 열리고 10여 분도 안돼 유저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수 시간 뒤 공식 홈페이지 ‘확인 중인 현상 안내’ 페이지를 통해 관련 버그들을 인지했음이 공지됐으나, 해결 시점이 2주 뒤로 정해지며 운영진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특정 모바일 기종에서 아교 생산 시 게임이 먹통이 되는 문제’ 등 길드함선 플레이가 아예 막히는 버그는 파악도 안 된 모양새(21일 18시 41분 기준)라 우려를 키우고 있다.
9월 말 대규모 업데이트까지 열기를 이끌어 가려면 문제 해결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해야 한다. 되도록 그 결정이 빨리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