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의 가치, 만화의 연속성을 노래하다, ‘지금, 만화’ 26호 (SF +만화) 발간! 



《지금, 만화》 26호가 ‘SF +만화’라는 테마로 발간되었다. 


벌써 스물여섯 번째 책이다. 하나하나 더해지면서 가치를 가지듯, 아니 더해질수록 더 큰 무게가 생기듯 황무지와 같은 만화 출판과 비평에서 이토록 진중한 무게의 숫자를 더해주었다. 


생각해보면 《지금, 만화》는 두 가지 면에서 흔들리지 않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종이로 발간된다는 것, 그리고 만화를 비평한다는 것.  


모든 게 빨라지고, 모든 걸 스마트 폰 안에서 해결하는 작아지고 허무해지는 세상이 되었다. 예술과 콘텐츠의 지속성은 손가락 움직임에 흔들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희소성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디지털의 코드 사이에 오롯이 종이로 만화와 웹툰의 소식을 전하는 《지금, 만화》는 마지막 보루이자 깃발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 폰으로 찍고, 패드로 글을 써서 올리고 수정하는 디지털 미디어의 글과 달리 《지금, 만화》는 많은 이들이 참여한다. 기획하고, 취재 인터뷰하고, 글을 쓴 후에도 몇 번을, 여러 사람이 수정한다. 사진이나 이미지, 그곳도 일회성이 아닌 적절한 크기와 질을 가진 소스를 선택해 다양한 방식으로 디자인하며, 쉬지 않고 돌아가는 인쇄소와 제본소를 찾아다니며 찍고, 자르고 붙이면서 책으로 완성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책은 다시 창고로, 도매상으로, 서점으로, 그리고 전국으로 여행을 떠나고 다시 독자를 만나 비로소 책장을 넘기고 세상을 만나는 것이다. 


비록 그 시간과 노력을 모두 알지는 못하더라도 참여하는 모든 이들, 심지어 질문을 받는 인터뷰이마저도 다른 자세와 준비로 그 시간에 임하기 마련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가치인가? 


게다가 《지금, 만화》는 만화, 그것도 비평을 담고 있다. “너희가 만화를 아느냐?”라는 질문보다, “만화를 비평해야 돼?”라는 질문에 익숙한 세상이다. 그렇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격언이 아니더라도 조금 다르게 보는 시선 하나쯤은 남나 있어야 하고, 또 시시껄렁한 농담과 그림마저도 어딘가에는 기록으로 남겨져야 동시대를 말하고 다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법이다. 출판사의 설명처럼 《지금, 만화》는 지난 2018년 1호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내 유일의 만화비평잡지로 그 역할을 오롯이 담당하고 있다. 한국 만화웹툰계에서 일어나는 가장 뜨거운 핫이슈를 숨김없이 들여다보고 관련 작품을 날카롭게 비평하며 생생한 인터뷰도 전하는 매체가 거의 전무한 만큼, 《지금, 만화》는 만화와 웹툰을 보거나 공감하는 이들에게 거의 유일한 현실세계의 연결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스물여섯 번째 《지금, 만화》를 만난다. 그리고 이번 26호는 특별하다. SF를 담아내기 때문이다. 《지금, 만화》26호 = SF+만화는 세 개의 질문으로 시작한다. 


한국 SF 만화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을까? 


왜 유독 한국에서는 SF 장르가 맥을 못 출까?


SF 웹툰은 어떤 키워드로 찾을 수 있을까? 


거기에 하나를 더해본다. 한국에서 SF는 무엇일까? 최근 젊은 소설가들의 SF 장르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고, 더욱 놀라운 것은 무척 인기가 높다는 것이다. 이미 몇몇 작가들은 스타의 반열에 오를 정도이다. 그런데 이런 젊은 작가들의 공상소설은 묘하게 8~90년 여성만화가들의 작품이 연상시킨다. 어쩌면 그건 한국만의 감성이자 스타일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건 무리가 아닐 것이다. 현재 세계가 열광하는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부터 한류열풍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레이저와 우주선과 괴물이 날아다니는 SF에서마저 독자적인 감성과 스토리텔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지금, 만화》 26호는 왜 유독 한국에서는 SF 장르가 맥을 못 출까 묻고 있지만, 그 내면은 이제 시작하고 있음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출판사가 내놓은 질문의 답을 들어보자. 


우리나라의 SF 만화는 공상과학 만화라고 불리며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1952년 최성권의 〈헨델박사〉와 1959년 김산호의 〈정의의 사자 라이파이〉를 시작으로 독자들은 미래세계라는 가상의 시대를 만화로 만나게 됐다. 그 후 1960년대에는 왕현의 〈저 별을 쏘라〉, 신동우의 〈싸워라 지구함대〉, 박기당의 〈천리안〉, 이정문의 〈설인 알파칸〉 등 다양한 배경과 설정, 주인공이 등장하는 만화가 인기를 얻었다. 2000년대에 웹툰이 등장하면서 독자들은 올 컬러의 화려한 SF 웹툰을 찾기 시작했다. 양영순의 〈덴마〉, 문지현의 〈노네임드〉 등 다양한 작품이 선보였고 세윤의 〈순정빌런〉과 뱁새, 왈패의 〈물위의 우리〉, 산호의 〈그리고 마녀는 숲으로 갔다〉는 직접적으로 과학이론과 기계시대를 드러내지 않고 감성적인 접근만으로도 독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SF 웹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의 인기 웹툰을 살펴보면 로맨스 판타지, 이세계 판타지 등 다양한 판타지 설정의 노블코믹스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런 틈에서 SF 웹툰은 비주류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SF 웹툰은 이미 만화 웹툰 시장 속에서 틈새를 비집고 자리 잡았다. 최근 10년 간 우리가 알고 있는 SF 웹툰의 이름을 나열해본다면 잘 알 수 있다. 이것은 SF 장르의 웹툰의 생산 문제 보다는 만화 시장을 수용하는 독자의 특성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즉 유통채널과 콘텐츠 산업과의 복잡한 관계를 미리 파악한다면 우리나라의 SF 웹툰의 미래를 전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 속 기계 문명 시대를 그리는 SF 만화와 웹툰에서 무엇을 들여다봐야 할까?


한국 SF 웹툰의 현재와 미래는 무엇이고 어떤 작품을 읽어야 할까?


《지금, 만화》 26호는 이 전망을 읽을 수 있는 다양한 스토리와 인터뷰를 촘촘하게 담고 있다. 먼저 ‘커버스토리’는 SF 장르의 변천사와 한국 만화와 웹툰에서의 변화상을 시간 순으로 따라 정리해놓았다. 공상과학만화로 불렸던 최초의 한국 만화부터 AI를 소재로 한 웹툰의 특징 또한 짚어보고 있다. 또 키워드로 본 SF 웹툰을 통해서 독자들의 관심도를 알 수 있는 최근의 경향을 분석했다. ‘크리틱’에서는 〈기계전사 109〉와 〈하우스키퍼〉를 통해 과학기술과 AI를 담은 만화웹툰을 비교 분석했고,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통해서 한국 순정만화 속 스페이스 오페라의 특징을 알아보기도 한다. 〈검은 방주〉와 일본 로봇 만화의 대표작들을 비평 분석도 함께 담아놓았다. 


‘인터뷰’에서는 최근〈기계전사 109〉의 복간으로 화제가 된 김준범 만화가를 만나서 최근의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펼쳐 놓았다. 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백종훈 원장을 만났으며, 2025년 출범한 새 정부에게 바라는 만화계의 당부를 대담형식으로 정리해 놓았다. 


‘이럴 땐 이런 만화’에서는 ‘잠 못 이루는 한여름 밤에 보면 좋은 만화’란 주제로 명사들의 만화 추천 큐레이션을 담았고, 그밖에 ‘만화 속 인생 명대사/명장면’ 과 ‘웹툰 vs 드라마’, ‘웹툰 vs 웹툰’을 통해서 다양한 만화/웹툰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평론가 pick평!’이라는 코너에는 만화평론가들이 선정한 작품에 대해 집중적으로 비평했으며,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리는 기획전시 〈이웃의 온도〉 개막 소식도 전하고 있다. 


이번 호에 신설된 ‘릴레이 인터뷰’는 〈불편한 편의점〉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김호연 소설가를 만나 만화와의 인연을 들어보았으며,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이우정 원로 만화가를 찾아가 생생한 육성으로 만화계의 역사를 함께 들어보는 지면을 마련하였다. 


이제 곧 여름이 끝나고, 계절을 기다릴 필요가 없이 27호가 쫓아오듯 나올 듯하다. 그렇지만 떠나기 싫은 듯 한참 기세를 올리는 여름 폭염을 잠시 《지금, 만화》 26호의 잔잔한 이야기와 소식을 달래보기를 바란다. 




 


《지금, 만화》 26호

 

– 차례 – 

 

커버스토리

▷ 희망에서 어둠으로

SF 장르의 기원과 문학과 영화적 변천사

   : 정명섭(SF 작가)

▷ 만화로 살펴본 SF의 어제와 오늘

   : 이재민(만화평론가)

▷ 만화·웹툰 속 SF, 장르를 넘어 플랫폼이 되다

키워드로 본 한국 SF 웹툰

   : 김민태(만화평론가)

▷ 한국 SF는 왜 꾸준히 저평가되어 왔는가?

생각보다 깊고 구조적인 문제에 대하여

   : 이현재(만화평론가)

 

인터뷰

▷ 거친 기계 인간 속 세상을 넘어 더 넓고 광활한 우주와 사람 속 만화를 꿈꾸다

   : 만화가 김준범

▷ 누구나 창작하고, 어디서나 연결되고, 세계로 확장하는 만화 생태계를 리드하다

: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 백종훈

 

크리틱

▷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시대의 만화적 ‘징후’

  〈기계전사 109〉와 〈하우스키퍼〉

   : 문종필(만화평론가)

▷ 우리 앞에 내려온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라는 이름의 모노리스

한국 순정만화 속 SF 스페이스 오페라의 특징과 적용

   : 전혜진(SF 작가)

▷ 종말 속 개인의 서사

  〈검은 방주〉

   : 김득원(만화평론가)

▷ 소년은 거인의 몸을 빌려, 어른들의 세상에 뛰어들었다. And now…

   : 이현석(만화평론가)

 

인터뷰

▷ 2025년 새 정부에 보내는 만화계의 희망과 당부

   :송순규(웹툰제작사 웹툰창고 대표이사

    박지현(무툰 총괄 이사)

    김정영(연성대 웹툰만화콘텐츠학과 교수)

    약수(네이버웹툰 작가)

    박세현(한국만화웹툰평론가협회 회장)

 

이슈

   : 백종성(국립목포대학교 뉴아트영상애니메이션전공 교수)

▷ 기술이 그려주는 선, 작가가 완성하는 서사

KOBA2025 AI툰 강연 현장에서 본 창작의 다음 단계

   : 김한재(강동대학교 만화웹툰콘텐츠과 교수)

 

에세이

▷ 사이의 사람

   웹툰 프로듀서, 창작과 시장의 첫 번째 연결고리

   : 이승형(현 더그림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 가속도 붙은 웹툰의 글로벌 시장과 트렌드

   : 김정연(넥스트컬처랩 대표, 전 경의선 책거리 감독)

 

이럴 땐 이런 만화 : 잠 못 이루는 한 여름밤에 보면 좋은 만화

▷ 방 안의 우주: 내 어린 시절, 찰리 브라운과 그 친구들

   찰스 슐츠의 〈피너츠〉

   : 안소라(만화평론가)

▷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죽은 자의 뇌는 말을 한다

   시미즈 레이코의 〈비밀〉

   : 최기현(만화평론가)

▷ 으스스함과 기이함에 대하여

   안나래, 김달, 스미마의 〈도덕적 해이〉

   : 이용건(만화평론가)

▷ 위로받는 마음, 위로해 주는 마음

습윤함을 날려줄 뽀송뽀송한 단편집

   오시로 고가니의 〈해변의 스토브〉

   : 박민지(만화평론가)

▷ ‘괴담’으로 역사를 이야기하기

   강태진의 〈사변괴담〉

   : 박근형(만화평론가)

 

릴레이 인터뷰

▷ 이야기를 사랑한다면 당신은 이미 작가다

   : 소설가 김호연

 

지금 만나러 갑니다

▷ 모든 벽을 무너뜨릴 창의력을 가지고 꿈을 향해서

   : 만화가 이우정(정리 김종옥 만화연구자)

 

웹툰 VS 영화

▷ 후렛샤 VS 강동원

웹툰 〈빙의〉와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 정지혜(영화평론가)

 

웹툰 VS 드라마

▷ K-크리처 열풍 속 만화와 드라마

   웹툰 〈호랑이형님〉 VS 드라마 〈구미호뎐〉

: 김용덕(청강문화산업대학교 강사, 《문화재에 숨은 신비한 동물사전》, 《나는 신이로소 이다》저자)

 

만화 속 인생 명대사 명장면

▷ 사람은 변한다, 변하지 않는다

   곽백수의 〈하남자〉

   : 이동준(문화칼럼니스트,《베를린코드》, 《그날의 영화》 저자)

▷ 오늘은 조금 반짝반짝 빛나 보이는 일상

만화 〈매일, 휴일〉이 만들어주는 기억의 장소

   : 김하림(만화평론가)

 

평론가 pick평!

▷ 희미하고도 희붐한 사랑 이야기

   산호의 〈유리병 속의 나나니〉

  : 한유희(만화평론가)

 

만화 뉴스 인사이드

■ 신작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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