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자궁경부암 선별 검사로서 소변 기반 인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HPV) 검사법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HPV 감염은 자궁경부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전체 자궁경부암의 약 70%는 HPV 16형과 18형이 원인이다. 자궁경부암은 전암 단계에서 조기 발견하면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선별 검사 참여율은 국가와 지역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특히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선별 검사 접근성이 낮아 조기 진단에 어려움이 있다.
국립암센터 진단검사의학과 박병민 파트장 연구팀은 2014~2024년 발표된 논문 15편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기존의 자궁경부 세포 검사와 소변 기반 HPV 검사의 진단 성능을 비교·평가했다. 기존에는 자궁경부에서 직접 세포를 채취하는 자궁경부 세포 검사가 표준 방식이었으나 최근에는 비침습적이고 간편한 소변 기반 HPV 검사법이 개발되면서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구결과, 소변을 이용한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real-time Polymerase Chain Reaction·real-time PCR) 기반 HPV 검사는 질병을 정확히 찾아내는 비율인 민감도가 82%, 질병이 없는 사람을 정확히 판별하는 비율인 특이도가 91%로 나타났다. 이는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인 HPV가 주로 자궁경부 상피세포에 감염되기 때문에 소변을 이용한 검사는 자궁경부에서 직접 채취한 검체보다 바이러스 검출 효과가 다소 낮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 그리고 자궁경부 검체와의 높은 일치도를 고려할 때 소변 기반 실시간 PCR 검사가 비침습적인 대안으로서 충분히 활용 가능함을 시사한다.
소변을 이용한 HPV 검사는 기존의 자궁경부 세포 채취 방식보다 심리적·신체적 부담이 적어 검사에 대한 불편함이나 두려움 때문에 검진을 기피했던 사람도 보다 쉽게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연구진은 “자가 검진 확대와 검진 접근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번 연구는 더 많은 사람이 자궁경부암 예방에 한 걸음 가까워지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결과는 미국 미생물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Clinical Microbiology’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