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에서 집단 감염 소식 들리는 RSV, 올 봄에 출산했다면 9월 말 접종해야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올해 5월 첫 아이를 출산한 여성입니다. 그런데 뉴스에서 잊을만하면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가 RSV에 집단 감염됐다는 소식이 들리더라고요. 저도 당시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지냈는데 괜히 걱정이 됩니다. 관련 정보를 찾아보니 RSV는 생후 6개월 미만 영아가 고위험군이고, RSV에 감염되면 폐렴으로 입원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RSV 예방 항체 주사를 접종하면 예방이 가능하다고 들어 집 근처에 있는 소아청소년과에 접종을 문의하니 현재는 접종 시기가 아니라고 합니다. RSV 유행 시기 직전에 접종이 가능하다는데 이렇게 기다렸다 맞아도 괜찮은건지, 내년에도 또 접종해야 하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신생아과 이재현 교수의 조언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Respiratory Syncytial Virus)는 급성 호흡기 바이러스의 한 종류입니다. RSV에 감염되면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입니다. 상태가 악화되면 모세기관지염, 폐려 같은 하기도 감염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다만 걱정하시는 것처럼 세기관의 지름이 작은 영유아가 RSV에 감염되면 관련 호흡기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습니다. 실제 RSV는 늦가을부터 겨울철까지 영유아 호흡기 감염으로 인한 가장 흔한 입원 원인입니다. 특히 생후 6개월 미만의 영아는 중증 RSV 질환과 사망 위험이 가장 높은 고위험군입니다. 그래서 신생아 RSV 감염을 막는 예방법을 묻는 보호자가 많습니다.


사실 RSV는 전파력이 매우 강한 바이러스입니다. RSV 감염에 의한 급성호흡기감염증 역시 독감(인플루엔자), 코로나19와 같은 등급인 제4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RSV는 유행기에는 감염자 1명이 최대 3명을 감염시킬 수 있습니다. 또 거의 모든 영아가 2세가 되기 전 한 번 이상 감염됩니다. 기침·재채기 등으로 입에서 나온 비말(타액)이 눈·코·입으로 들어가 전파됩니다. RSV는 딱딱한 표면에서는 6시간 이상 감염력을 유지해 물체를 통한 간접 전파도 가능합니다. 전파력은 증상이 나타나는 동안 가장 강하지만, 평균 4~6일간의 잠복기 동안에도 전파될 수 있습니다. 무증상 보균자도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습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는 성인이라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면역력이 약한 영아에게 RSV를 전파할 수 있습니다. 


비말, 간접 접촉 등으로 쉽게 전파되는 RSV 특성상 밀폐된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 보균자 한 명만 있어도 집단 감염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산후조리원처럼 신생아가 모여 생활하는 곳은 정기적 소독 ·방역을 하더라도 RSV 감염을 완전히 막기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모든 신생아, 영아를 대상으로 한 RSV 예방이 중요한 공중보건 이슈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올해 2월부터 국내에서도 영유아 RSV를 예방하는 항체 주사(베이포투스)가 도입되면서 더 주목합니다. 대한소아청년과학회 감염위원회에서도 베이포투스 접종을 통한 RSV 예방을 강조합니다. 다만 현재 국내에서는 RSV 항체 주사가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돼지 않아 아쉬운 상황입니다.


베이포투스는 기저질환이나 미숙아 여부에 관계없이, 생후 첫 번째 RSV 시즌(10월~3월)을 맞이하는 신생아와 영아라면 접종할 수 있습니다. 또 생후 두 번째 RSV 시즌 동안 중증 RSV 질환 위험이 높은 24개월 이하 소아는 추가 접종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RSV는 전파력이 높고 예측이 어려운 바이러스지만 예방 시기와 방법을 잘 알고 준비한다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RSV는 전파력이 높고 예측이 어려운 바이러스지만 예방 시기와 방법을 잘 알고 준비한다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접종은  출생 시기에 맞춰 조정해야 합니다. RSV 시즌(10월~3월)에 태어난 아기는 출생 직후 접종이 가능하며, RSV 시즌 외(4월~9월)에 태어난 아기는 시즌 시작 직전인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에 접종하는 것이 좋습니다. 베이포투스는 1회 투여로 최소 5개월 동안 예방 효과가 지속되므로, RSV 시즌 직전에 접종하면 유행 기간 전반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동네 병의원에서도 이런 이유로  5월에 태어난 아이에게 RSV 유행 시즌에 접종할 수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생후 두 번째 RSV 시즌에 접어드는 영유아는 고위험군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베이포투스 접종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고위험군에는 선천성 심장 및 폐질환이 있거나 면역저하자 등이 해당합니다. 그 외 의료진이 중증 RSV 질환 고위험 환자로 판단한 경우엔 접종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예방 항체 주사인 베이포투스는 다른 백신에 대한 면역 반응을 방해하지 않아 해당 연령에 필요한 정기 예방접종과 동시에 맞을 수 있습니다.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에 방문하실 때, 베이포투스 접종도 함께 진행하시면 됩니다. RSV는 전파력이 높고 예측이 어려운 바이러스지만, 예방 시기와 방법을 잘 알고 준비한다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모든 아기가 건강하게 숨 쉬고, 안전하게 성장해 나가길 바랍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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