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조이 DLC ”이대로만 갑시다“

“첫 업데이트는 만족, 앞으로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크래프톤의 ‘인조이’는 얼리 액세스 출시 당시 언리얼 엔진5를 사용한 사실적인 그래픽, 최첨단 AI 기술 적용 등을 셀링 포인트로 내세웠다. 차세대 심즈 혹은 K 심즈라는 기대와 달리 콘텐츠 볼륨 등에서 아쉬운 평가를 받았지만, 향후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20일,인조이의 첫 번째 DLC ‘섬으로 떠나요’가 업데이트됐다. 이전 업데이트 로드맵에서 공개했던 고양이 섬 ‘쿠칭쿠’가 아닌 동남아시아 휴양지를 모티브로 한 신규 지역 ‘차하야’와 다양한 상호 작용, 아이템 등이 포함된 대형 업데이트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사전 플레이 단계에서는 오브젝트 버그로 인해 의욕을 상실했다. 인조이에서는 가끔 멀쩡하게 놓여 있는 의자에 앉을 수 없거나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농사를 짓다 무슨 수를 써도 ‘불가능한 상호작용’이라는 알람만 계속 뜨길래 정식 출시 이후로 플레이를 미뤘다.

별 기대감 없이 스팀에서 DLC를 설치하고 게임을 실행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퀄리티라 깜짝 놀랐다. 사전 플레이를 때려 치우게 만들었던 오브젝트 버그도 없었고 새로운 콘텐츠들도 좋았다. 업데이트 노트에는 없지만 자잘하게 추가한 기능들도 플레이에 깊이감을 더했다.

– 인조이 DLC 리뷰 [출처: 시롤 유튜브]

- 채집 활동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다
– 채집 활동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다

업데이트로 추가된 차하야는 도원, 블리스베이에 이은 세 번째 지역으로, 동남아시아의 휴양지를 연상케 하는 섬이다. 크게 주거 및 생활 지역인 본섬과 리조트와 관광지가 배치된 리조트 섬, 작은 무인도로 구성됐다.

다 좋았지만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지역은 본섬이다. 동남아시아 어느 지역을 뚝 떼 온 것 같은 발군의 재현력을 자랑한다. 인조이의 매력 중 하나가 사실적인 그래픽 아닌가. 거리만 걷고 있어도 가지도 못했던 여름 휴가를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차하야는 직장 없이 농사, 낚시, 채굴 등 각종 생활 콘텐츠를 플레이할 수 있으며, 리조트 섬에서는 스노클링과 같은 다양한 여가 활동과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도원이나 블리스베이에서 직장 가지고 플레이하면 아무래도 스케줄에 묶이는 부분이 있는데, 확실히 휴양지, 힐링, 휴식, 이런 키워드가 잘 어울리는 편안한 분위기였다.

- 선상에서의 밤낚시
– 선상에서의 밤낚시

- 이렇게 큰 어항에 한 마리밖에 못 들어가다니 아쉽네
– 이렇게 큰 어항에 한 마리밖에 못 들어가다니 아쉽네

이번에 추가된 농사와 낚시, 채굴 등 생산 활동은 만족스러웠다. 하트 망고라든가 쌍둥이 바나나 등 희귀 작물이 나올 때면 크게 비싸진 않아도 횡재한 것처럼 기분이 좋고, 납품점에서 바로바로 납품할 수 있어 가방 부족으로 고통받지도 않았다. 물을 주고 비료를 주고 잡초만 뽑아도 시간이 호로록 지나간다.

다만 연계 콘텐츠가 부실한 것이 다소 아쉬웠다. 가령 보석 세공의 경우 몸에 장식하는 기능이 정말 원석을 뚝 떼서 몸에 붙이는 형식이라 활용도가 거의 없었고, 보석 작물 역시 판매 외 진열이나 전시 등이 불가능했다. 기대했던 어항은 각각의 어항에 물고기 하나만 들어가서 활용도가 낮았다.

앞으로도 생산 가능한 작물이나 어종, 원석을 늘리고, 대회나 경매, 박물관과 같은 연계 콘텐츠들을 업데이트한다면 훨씬 더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희귀 광물이나 물고기, 작물 등을 기증해서 박물관에 전시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듯 하다.

- 킥보드 타고 사고내서 드잡이하는 중
– 킥보드 타고 사고내서 드잡이하는 중

- 가판대에서 물건 팔다 시비 거는 진상을 만나기도 한다
– 가판대에서 물건 팔다 시비 거는 진상을 만나기도 한다

자동 주행이 불가능한 건 아쉬웠지만 킥보드와 오토바이 등 신규 탈 것을 타고 도시를 누비는 것도 즐거웠다. 탈 것의 추가와 함께 충돌 판정도 패치한 것 같았는데, 사람이나 차량을 치면 교통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보험으로 폭염, 홍수 등 자연재해 보상을 받는가 하면 공과금을 밀리면 가구들에 압류 딱지가 붙고, 낚시 중 보호 어종을 잡으면 벌금 문자가 날아오는 등 깨알같은 디테일이 재미있었다. 지인이 갑자기 돈을 빌려 달라고 문자를 하는 등 돌발 이벤트도 이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상호작용 업데이트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조이의 속마음이 아이콘으로 표시되는 기능은 플레이어의 상상의 여지를 넓혀줬고, 가판대와 판매 시스템의 추가로 좀 더 다양한 상황극을 만들 수 있었다. 스노클링 역시 자유롭게 헤엄칠 수는 없었지만 해파리나 상어를 만났을 때의 반응, 바닷 속에서 건진 조개 등 나름대로 신경을 썼다.

실험적인 기능이라 그런지 업데이트 노트에는 없었는데, 공용 부지 건물에 건축 모드로 NPC 조이를 배치할 수 있는 기능은 여러모로 쏠쏠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차하야 뿐만 아니라 도원과 블리스베이에 추가된 건물들도 퀄리티가 나쁘지 않으니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 사이버 여름 휴가 성공적
– 사이버 여름 휴가 성공적

- 쿠칭쿠의 흔적인지 유독 고양이가 많았던 사원
– 쿠칭쿠의 흔적인지 유독 고양이가 많았던 사원

심즈에 비해 아직은 상호작용 볼륨이 아쉽고, 특히 직장이나 인간 관계 등 파고 들 만한 요소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업데이트 자체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업데이트 일정이 변경되는 등 다소 불안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이번 ‘섬으로 떠나요’ DLC를 보니 앞으로도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업데이트를 쪼개서 DLC를 팔아 먹는 심즈 시리즈에 질렸다면 이번 기회에 인조이 속 차하야 섬으로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일단 사 두고 무료 DLC만 업데이트하더라도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