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생활 속 소음 노출이 빈번해지면서 난청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귀 건강과 직결된 난청은 단순히 소통의 불편을 넘어 인지 기능, 치매 위험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건강 문제로,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가 중요하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박무균 교수의 도움말로 난청의 유형과 청각 재활 방법을 알아봤다.
난청은 소리를 듣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증상이다. 귀를 통해 들어간 소리가 고막-달팽이관-청신경을 거쳐 뇌에 도달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의사소통과 사회생활에 지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자동차 경적이나 화재 경보 등을 인지하기 어렵게 만들어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난청의 유형은 노인성 난청, 소아 난청, 돌발성 난청, 소음성 난청 등 원인과 발생 양상에 따라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노인성 난청은 65세 인구 10명 중 3명이 겪을 만큼 흔하며 관절염, 고혈압에 이어 3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노인성 질환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작업 환경의 소음과 과도한 이어폰·헤드폰 사용으로 인한 소음성 난청도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 인구 100명 중 약 2명(1.7%)은 소음성 난청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난청에도 응급 질환이 있다. 갑작스럽게 소리가 들리지 않는 돌발성 난청이 그렇다. 주로 과로했거나 감기를 앓은 후 발생하며 이명, 어지럼증, 먹먹함을 자주 동반하는데 이는 일상적인 증상이라서 지나치기 쉽다. 혹은 소리를 들을 때 자주 사용하는 귀가 아닌 반대쪽 귀에 발생해 알아차리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나 손상된 청각 세포가 회복 가능한 골든타임은 3일에서 최대 2주까지며, 2개월이 지나면 청각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의심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환자 3명 중 1명은 정상 청력을 되찾지만, 다른 1명은 부분적으로만 회복하고 나머지 1명은 청력을 완전히 잃는다. 처음 발생한 난청이 심할수록, 어음 명료도(말소리 이해도)가 낮을수록, 어지럼증이 동반될 경우일수록 회복 가능성이 작다.
돌발성 난청으로 진단되면 입원해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한다. 만약 늦게 발견될 경우 약물로는 회복이 어렵지만, 보청기 등 청각 재활을 통해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난청은 청각 재활이 중요하다. 특히 40dB(냉장고, 조용한 방 소리)보다 작은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부턴 적극적인 보청기 사용이 권장된다. 보청기는 소리를 증폭시켜 작은 소리를 듣게 하고, 말소리를 크게 해 듣기 편안하게 해준다. 또한 이명을 억제하고, 청각 피질의 퇴화를 방지해 인지 기능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착용감과 미용적 장점을 개선하고, 스마트폰과 연동시켜 소리 증폭을 조절하는 등 편의성을 높인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청력 손상이 심하면 인공와우 수술을 통해 청각 재활이 가능하다. 인공와우는 전극을 통해 달팽이관으로 직접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장치로, 주로 보청기 효과가 없는 1세 미만 소아 환자나 70dB(전화벨, 세탁기 소리)보다 작은 소리를 듣지 못하며, 말소리 이해도가 50%로 떨어진 성인에서 고려할 수 있다. 인공와우는 보청기보다 음질이 떨어질 수 있지만, 환자 대부분은 말소리를 100% 이해하며 일부는 음악 감상도 가능하다. 인공와우를 통해 일찍부터 치료하면 소아 난청은 대부분 정상적인 청각·언어 발달이 가능하고, 최근 노인성 난청, 일측성 난청에서도 치료 효과가 검증되는 중이다.
인공와우나 보청기를 적용한 후에도 청각 재활 훈련은 계속해야 한다. 특히 인공와우를 통해 전달되는 전기 신호를 인식하고, 이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박무균 교수는 “난청은 치매의 주요 위험 요인인 만큼 경미한 청력 저하라도 일찍부터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평소 소음을 멀리하는 습관으로 소음성 난청을 예방하고, 이미 청력이 손실됐다면 보청기 착용과 청력 재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의사소통 능력을 충분히 개선할 수 있으므로 난청이 생겼다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받길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