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2XKO “태그 격투게임 입문작으론 훌륭하다”

라이엇 게임즈 ‘2XKO’가 “격투게임은 조작이 쉽다고 진입장벽이 낮은 게 아니다”라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줬다.

흔히 격투게임이 어려운 이유로 조작 난이도를 꼽는다. 다른 게임에서는 잘 쓰지 않는 조작 체계를 사용한다는 점, 커맨드 입력 등 암기해야 할 게 많다는 점, 특정 컨트롤러가 필수라는 오해까지 겹쳐 고인물 장르로 유명하다.

그렇다고 조작 난이도의 해소만이 대중성 확보의 정답은 아니다. 실제로 진입장벽을 유의미하게 낮춘 사례인 스트리트 파이터6는 간단 조작을 채용하긴 했지만 더 들여다 보면 오픈월드 스타일의 싱글 플레이 모드가 큰 역할을 했다.

10일 CBT를 시작한 2XKO는 간단한 조작으로 설계됐다. 커맨드 입력이 일절 없고 한쪽 방향키 + 버튼 혹은 버튼 2개 동시 입력이 전부다. 누구나 게임을 시작하고 원하는 캐릭터를 고른 다음 10분이면 모든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의 모든 부분이 신규 플레이어를 밀어낸다. 2XKO만의 차별 포인트로 내세운 2인 태그 방식이 오히려 더 큰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 쉬운 건 조작 뿐… 난이도는 다른 격투게임과 다르지 않다

- 2XKO는 2대2가 기본인 태그 격투게임이다
– 2XKO는 2대2가 기본인 태그 격투게임이다

2XKO는 두 명의 캐릭터를 선택해야 하는 태그 격투게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나의 캐릭터에 들여야 하는 수고가 딱히 줄어들진 않았다.

여느 1대1 격투게임처럼 이동속도, 보유한 기술의 특성, 공격 범위, 콤보 난이도가 모두 다르다. 여기에 태그 격투게임이니 신경써야 하는 어시스트 활용도도 신경써야 한다.

게다가 선택한 두 캐릭터를 조화롭게 사용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콤보에서의 어시스트/태그 활용만 해도 입력 타이밍이 상황마다 제각각이라 연습과 숱한 대전 경험이 필수다.

전반적인 공방에 사용하는 건 좀 더 어렵다. 어떻게 어시스트를 불러야 상대를 가운데에 두고 악수 태그로 괴롭힐 수 있을지, 상대를 구석에 가둬두고 어시스트로 계속 압박할 수 있을지를 체득하려면 콤보 연습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 어시스트 캐릭터를 상대 뒤로 보내며 악수 태그를 사용하는 모습. "가드 하는 방향이 순식간에 바뀌어 대응이 어렵다"
– 어시스트 캐릭터를 상대 뒤로 보내며 악수 태그를 사용하는 모습. “가드 하는 방향이 순식간에 바뀌어 대응이 어렵다”

그리고 이를 익히기 이전에 2D 격투게임의 기본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공격이야 파동 연계 같은 오토 콤보 시스템의 도움을 받더라도 방어는 직접 해야 한다. 상대 캐릭터들의 위치에 따라 가드 방향이 이리저리 바뀌는 태그 격투게임이라 방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당장 격투게임 경험자인 필자도 태그 격투게임 경험은 일천해 어시스트와 태그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플레이어를 상대로는 정말 아무것도 못 하고 질 수밖에 없었다. 격투게임 경험이 없는 신규 플레이어에게는 더욱 어렵게 다가올 것이다.

격투게임 초보자들에게 2XKO를 섣불리 추천하기 어려운 이유다.

 

■ 태그 격투게임 입문작으로는 추천

- 어시스트/태그가 익숙하지 않을 땐 괜히 나왔다가 세트로 대미지를 입기도 한다 "차라리 하나만 다루는 중전차가 나을 수도 있다"
– 어시스트/태그가 익숙하지 않을 땐 괜히 나왔다가 세트로 대미지를 입기도 한다 “차라리 하나만 다루는 중전차가 나을 수도 있다”

격투게임 경험자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래픽도 나쁘지 않고 조작감도 쾌적하며 두 차례의 알파 테스트를 거치며 속도감 있는 대전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태그 격투게임이 처음이라면 훌륭한 입문작이 될 거다.

입문을 도와주는 대표적인 요소는 ‘퓨즈’다. 퓨즈는 게임의 핵심인 어시스트/태그 활용에 변화를 준다. 다섯 종류가 있으며 플레이어의 태그 격투게임 숙련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태그에 익숙하지 않다면 캐릭터 하나만 사용하는 중전차, 태그 없이 어시스트만 사용하는 조수가 좋다.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한 번의 콤보에서 슈퍼 공격을 두 번 넣을 수 있는 더블 다운으로 넘어가면 되며, 나중에는 어시스트 액션을 강화하는 2X 어시스트, 태그 액션을 강화하는 프리스타일이 추천된다.

현 시점에서는 퓨즈 간 우열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실제로 중전차로 태그 플레이어들을 압살하는 플레이어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처음부터 모든 태그 조작을 익힐 필요가 없고, 원한다면 아예 태그/어시스트를 배제한 채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2XKO의 명확한 장점이다. 태그 격투게임 입문에 실패했던 플레이어라면 2XKO로 다시 한 번 입문을 시도해봐도 좋을 것이다.

 

■ 다양한 활용이 예상되는 듀오 모드

- 듀오로 플레이하면 로비에서도 자리에 함께 앉는다 "격투게임에서는 생소한 광경이라 재밌다"
– 듀오로 플레이하면 로비에서도 자리에 함께 앉는다 “격투게임에서는 생소한 광경이라 재밌다”

다른 플레이어와 태그를 짜는 ‘듀오 모드’도 2XKO의 장점이다.

듀오 플레이 시에는 각자 한 캐릭터씩 맡아 태그 플레이를 할 수 있다. 필드에 나와 있는 포인트 플레이어는 빠른 태그, 악수 태그, 띄우기 태그 등 태그 액션을 사용하고, 뒤에 들어가 있는 어시스트 플레이어는 어시스트 공격, 위기탈출기인 해방 등 어시스트 액션을 사용한다.

제대로 플레이하려면 혼자 플레이할 때보다 더 높은 숙련도를 요구한다. 팀을 이룬 플레이어들이 서로의 캐릭터가 보통 언제 어시스트를 내는지, 언제 악수 태그를 노리는지, 좋은 해방 타이밍은 언제인지 등 게임 자체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야 한다.

- 어시스트 액션만 사용할 수 있어도 활용도가 높다 "혹여라도 어시스트 플레이어가 공격 당해도 체력 감소 등 페널티가 없으니 더욱 안심"
– 어시스트 액션만 사용할 수 있어도 활용도가 높다 “혹여라도 어시스트 플레이어가 공격 당해도 체력 감소 등 페널티가 없으니 더욱 안심”

다행히 듀오 모드에서도 퓨즈가 활약한다. 조수 퓨즈는 어시스트 플레이어가 필드로 나올 수는 없는 대신 상대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눌러 대미지를 줄여주거나 슈퍼 공격으로 콤보 대미지를 높이는 등의 보조를 할 수 있다.

또 숙련자가 초보자를 이끌어주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초보자를 포인트 플레이어로 두고 숙련자가 어시스트, 해방, 대미지 경감으로 초보자를 보조하면 된다.

디스코드 같은 음성 채팅 프로그램을 활용한다면 실시간 피드백도 가능하다. 나중에는 2XKO 자체에서 음성 채팅을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첫 인상은 무난, 빠르고 꾸준한 업데이트 필요

- 2XKO의 튜토리얼은 실습, 실전을 중시한다 "설명으로 넘어갈 만한 판정에 대한 내용도 실습을 통해 체득하도록 해준다"
– 2XKO의 튜토리얼은 실습, 실전을 중시한다 “설명으로 넘어갈 만한 판정에 대한 내용도 실습을 통해 체득하도록 해준다”

첫 CBT를 시작한 2XKO는 기대보다 높은 퀄리티를 보여줬다. 캐릭터 수가 너무 적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격투게임으로서 기본적인 완성도가 상당하며 태그 격투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했다. 여기에 기본 플레이 무료라는 점도 플레이어의 지속적인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요소다.

신규 플레이어 진입 장벽 해소는 좀 더 노력이 필요하다. 방대한 내용과 설명 – 실습 – 실전 구성으로 체득을 지향하는 튜토리얼은 만족스럽고 로비에서의 관전 기능이 상당히 잘 만들어져 있어 유튜브에서 대전 영상을 찾아볼 필요가 없다는 것도 좋다.

하지만 당장 많은 플레이어가 찾을 기본 콤보나 심화 콤보, 어시스트 활용 콤보에 대한 내용이 없다. 어시스트를 활용해 압박하는 방법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은 있지만 실습법은 알려주지 않는다.

신규 플레이어에게는 최대한 게임 안에서 모든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외부로 나가는 순간 신규 플레이어는 검색어부터 고민해야 하는데 그게 정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조차 없다. 업데이트를 통해 일정 수준까진 게임 내에서 케어해주는 수단을 마련하면 좋겠다.

- 별다른 화면 전환 없이 로비에서 바로 관전이 가능하다는 건 정말 혁명적이다 "유튜브로 대전 영상을 찾으러 갈 필요가 없을 정도"
– 별다른 화면 전환 없이 로비에서 바로 관전이 가능하다는 건 정말 혁명적이다 “유튜브로 대전 영상을 찾으러 갈 필요가 없을 정도”

여러모로 2XKO의 성공은 이후 업데이트에 달려 있다. 게임의 기반이 탄탄한 만큼 빠르고 꾸준한 업데이트를 선보인다면 2XKO도 리그 오브 레전드, 발로란트에 이은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