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L 시즌 20 16강 D조에서 ‘짭제’ 박상현이 이재호와의 극적인 승부 끝에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2위에는 임홍규(홍구)가 예측하기 어려운 빌드로 이영웅과 이재호를 꺾으며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SOOP은 16일 스타크래프트 대회 Google Play ASL 시즌 20 16강 D조 경기를 진행했다. D조에서는 저그와 테란의 맞대결이었다. 게다가 홍구 유튜브 콘텐츠를 자주 본 팬들에게는 익숙한 현교수와 홍구의 대회 매치이기도 하다.
박상현은 압도적인 뮤탈리스크 컨트롤로 2경기에서 홍구를 꺾고 승자조에서 이재호를 만났다. 1세트는 두 선수의 판단력이 승부를 갈랐다. 박상현은 뮤탈리스크와 저글링으로 이재호의 본진을 장악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박상현에게 유리한 구도였다.
하지만 이재호 역시 바이오닉 병력으로 박상현의 본진을 노렸다. 그 결과 서로의 본진이 모두 초토화됐다. 박상현은 이재호가 앞마당 수비를 위해 병력을 회군시킬 것이라고 판단해 뮤탈리스크로 이재호의 본진을 계속 두드렸다.

이재호는 오히려 박상현의 7시 멀티로 진격하고 터렛과 벙커 속 소수 병력으로만 수비했다. 결국 치열한 수비 끝에 이재호가 발키리 생산에 성공했고 뮤탈리스크를 무력하게 만들면서 승리를 차지했다.
2세트에서는 초반 5저글링 vs 4마린 싸움에서 박상현이 승리하며 승기를 잡았다. 이후 뮤탈리스크로 터렛이 없는 공간을 기준으로 집요하게 피해를 누적시키면서 스코어를 동점으로 만들었다.
3세트도 박상현이 이재호의 초반 마린 찌르기를 안정적으로 막아내면서 유리하게 시작했다. 이후 뮤탈리스크와 저글링으로 이재호의 본진을 두드렸다. 이재호는 바이오닉 병력으로 수비에 집중하며 기회를 노렸다. 이때 박상현의 집요함이 승리를 안겨줬다.

터렛이 얼마 없었던 이재호의 앞마당 빈틈을 뮤탈리스크로 악착같이 노리며 피해를 누적시켰다. 앞마당 SCV를 모두 잃은 이재호는 올인 러시를 감행했다. 하지만 박상현이 5성큰으로 수비벽을 만들었기에 쉽지 않았다. 결국 추가 생산된 저글링, 뮤탈에 병력이 모두 제거되면서 GG를 선언, 박상현이 D조에서 가장 먼저 8강에 진출했다.
■ 박상현 8강 진출 인터뷰

Q. 1경기 끝나고 엄청난 기합을 내질렀다. 이유는?
이겼다고 생각해서 내지른 것이었다. 홍구 선수와의 경기에 부담이 많았다. 지면 앞으로 고생할 것 같았다. 사람들도 지면 방송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Q. 승자전 1세트에서 엘리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상황을 설명한다면?
너무 긴장했다. 언덕 성큰을 짓는 것을 생각했는데 순간적으로 판단이 서지 않았다. 끝나고 많이 자책했다.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인지 2세트부터는 손이 떨리지 않았다.
Q. 2세트에서 상대 빌드를 빨리 챈 이유는?
마린 러시는 서치로 배럭 더블인 것을 확인해서 찍었다. 전판에는 너무 부유하게 진행했으니까 이번에 이재호 선수가 응징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래서 저글링을 뽑아놨는데 결과가 좋았다.
Q. 3세트에서도 마린 찌르기를 완벽하게 막아냈다.
2세트부터 기세에서 이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린과 저글링 싸움이 기세 싸움인데 잘 통했다.
Q. 8강에서 만나고 싶은 선수는?
김정우 선수만 피하고 싶다.
Q. 도움을 준 동료들과 응원해준 팬들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현장 응원을 와준 수술대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기운을 받은 것 같다. 지성이, 영진이 형에게 도와줘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윤환이 형한테는 특히나 고맙다. 오늘 빌드를 알려줬다. 오버로드 원서치 되면 이렇게 하라고 말했는데 정말로 이겼다. 신기하다.

홍구는 1경기에서 박상현에게 패배하고 패자전에서 이영웅을 만났다. 1세트는 12풀 빌드를 선택했다. 최근 저그 선수들이 자주 사용하지 않은 다소 올드한 빌드다.
하지만 해당 빌드가 홍구에게 승리의 열쇠로 작용했다. 이영웅이 뮤탈 타이밍을 계산하지 못하고 터렛을 늦게 지은 탓에 홍구가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홍구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저글링, 뮤탈로 쉴새없이 몰아쳤고 골리앗만으로는 이를 막아낼 수 없었던 이영웅은 GG를 선언했다.
2세트에서 홍구는 4드론 승부수를 걸었다. 대각선이라서 다소 위험했지만 4드론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이영웅이 빈틈을 보이면서 홍구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재호와의 승자전 1세트에서도 홍구는 노스포닝 트리플이라는 과감한 도박을 걸었다. 이재호는 빌드상 센터 배럭으로 유리하게 시작했다. 하지만 홍구가 발 빠른 드론 수비로 이재호의 마린 러시를 막아내며 상황이 반전됐다.
홍구의 트리플 위치도 신의 한수였다. 10시 멀티는 이재호 입장에선 전혀 예측하기 어려웠다. 홍구 또한 트리플을 들키지 않기 위해 페이크 액션을 계속 던지면서 판단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결국 트리플 멀티의 자원 격차로 홍구가 이재호를 꺾으며 세트 스코어를 먼저 리드했다.
2세트에서 홍구는 12앞을 선택했다. 이재호도 배럭 더블로 정석적인 빌드로 출발했다. 이후 홍구는 뮤탈리스크, 이재호는 발키리를 선택했다. 발키리를 확인한 홍구는 7시 멀티 수비에 집중하면서 히드라와 하이브로 빠르게 전환했다.

이재호는 5발키리 타이밍에 바이오닉 병력과 진출했다. 하지만 홍구가 이미 러커를 생산해서 어느 한 곳을 뚫기가 쉽지 않았다. 홍구는 이재호의 병력이 진출한 것을 확인하고 저글링, 뮤탈, 러커로 본진을 기습했다.
기습으로 경기를 끝내진 못했지만 디파일러까지 생산할 시간을 벌었기에 홍구가 매우 유리한 구도였다. 시간을 주면 더 불리하다고 판단한 이재호는 홍구의 7시 멀티로 병력을 진출시켰다. 하지만 러커 벽을 뚫기엔 병력의 수가 부족했고 결국 디파일러에 의해 탱크 병력이 제거되면서 GG를 선언했다.
■ 임홍규 8강 진출 인터뷰

Q. 8강 진출 소감은?
엄청 좋지만 1%가 아쉽다. 박상현 선수와의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는데 지니까 제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났다. 간만에 긴장이 되서 그런지 준비한 전략이 아닌 다른 전략을 선택한 것도 화가 났다. 그래도 올라가서 다행이다.
Q. 패자전 1세트에서 뮤탈, 저글링 찌르기로 승리했다. 어떤 판단이었나?
테란 입장에서 12풀 뮤탈을 봤으면 바이오닉으로 하는 것이 정석인데 배럭이 너무 많이 쉬더라. 제가 당황해서 성큰을 박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러면서 말렸다. 컨트롤과 기세로 게임을 하니까 이길 수 있었다.
Q. 2세트 4드론 선택 이유는?
최종전에서도 테란이니까 준비한 전략을 쓰면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다행히 운이 좋게 승리할 수 있었다.
Q. 최종전 1세트 노스포닝은 어떤 판단이었나?
박상현 선수와의 경기에서 준비한 빌드를 안해서 메모장에 적어 놨다. 거기서 선택지로 골랐다. 사실 8배럭을 보여줄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당황했는데 멀티를 잘 지키면서 이길 수 있었다.
Q. 전략 준비 과정을 소개한다면?
연습 때는 정석 플레이 위주로 준비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게임을 계속 지니까 오히려 꼬아서 플레이하는 방법들이 떠올랐다. 이를 오늘 실행해 봤는데 잘 통했다.
Q. 8강에서 만나고 싶은 선수는?
황병영 선수와 존잘록(잘 생긴 사람들의 대결)을 펼쳐보고 싶다.
Q. 도움을 준 분들과 응원해준 팬들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지인들도 많이 왔다. 감사하다. 관중이 있는 경기에서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오늘 반정도 이룬 것 같다. 연습 도와준 김병수, 인치호, 조일장, 전태양, 몽군, 김지성, 황병영에게 감사하다. 또한 비방인데도 디스코드를 보면서 봐주거나 스폰 매치를 걸어주신 분도 계신다. 너무 감사하다.

16강 D조까지 완료된 결과 8강에는 프로토스 4명(변현제, 장윤철, 김택용, 도재욱), 테란 1명(황병영), 저그 3명(박상현, 임홍규, 김정우)이 이름을 올렸다.
대진 추첨 결과 동족전이 하나도 없는 만큼 흥미진진한 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9월 22일부터 펼쳐지는 ASL 시즌 20 8강에서 과연 누가 4강 티켓을 거머쥘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