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동은 짜여진 빌드보다 유닛으로 가능성을 창출하는 선수다. 그래서 그의 경기는 늘 재밌고 짜릿하다” 스타크래프트 팬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폭군 이제동의 평가다.
이번 ASL에서도 그는 수많은 스타 팬들을 열광시킬 만큼 멋진 플레이를 선보였다. 여기에 한층 진화된 운영 능력을 보여주면서 현장과 채팅창에서 “ㅇㅅㅍㄱ”이라는 찬사를 쏟아내게 만들었다.
글로벌 라이브 스트리핑 플랫폼 SOOP은 26일 스타크래프트 대회 ‘Google Play ASL 시즌20’ 24강 E조 경기를 진행했다. E조에서는 케이대 이제동, 정선대 정경두, 정선대 유영진, 흑카데미 윤찬희(몽군)이 대진을 이뤘다. 저그 선수들로만 이뤄진 매치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팬들의 관심도 집중됐다.

1경기는 유영진과 정경두의 대결이었다. 정경두는 사업 드라군, 유영진은 1팩 더블로 시작했다. 유영진은 다수의 벌처 마인으로 정경두를 압박했다. 압박과 동시에 9시로 이동하는 프로브를 처치하면서 정경두의 트리플 멀티 시간을 지연시켰다.
이후 두 선수는 특별한 교전 없이 병력 생산에 집중했다. 정경두를 리버로 화력을 보충했다. 유영진은 공1업 타이밍에 트리플 멀티 시도와 함께 병력을 진출시켰다. 병력 규모가 비슷했기에 정경두도 병력을 후퇴시키며 질럿을 확보했다.
본격적인 첫 교전은 유영진의 트리플 멀티(6시)에서 벌어졌다. 이때 정경두의 판단이 아쉬웠다. 질럿의 발업이 되기 전에 무리해서 언덕 위를 공략하다가 유영진의 병력에 드라군을 대거 잃었다.
6시 멀티 활성화에 성공한 유영진은 빠른 타이밍에 러시를 감행했다. 정경두의 4번째 멀티 앞에서 시작된 두 번째 교전에서도 소소하게 이득을 취한 유영진은 천천히 정경두를 압박했다.
승부는 3번째 교전에서 결정됐다. 유영진이 골리앗으로 정경두의 셔틀을 격추하면서 대승을 거뒀다. 다수의 탱크를 보존한 유영진의 병력에 맞설 힘이 사라진 정경두는 결국 GG를 선언했다.

2경기에서 이제동은 12앞마당, 윤찬희는 배럭 더블 빌드를 선택했다. 초반 견제는 전혀 없었다. 경기는 조용하게 흘러갔고 이제동은 뮤탈리스크를, 윤찬희는 발키리 이후 레이트 메카닉을 선택했다.
이제동은 뮤탈리스크 타이밍에 12시 멀티를 시도했다. 이후 뮤탈리스크로 윤찬희의 본진을 휘저었다. 발키리가 나오긴 했지만 스커지에 의해 격추되면 그대로 경기가 끝날 수 있기 때문에 윤찬희는 뮤탈리스크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발키리를 지켰다. 이때 백샷이 나가지 않으면서 이제동에게 유리한 그림이 이어졌다.
발키리가 모이면 뮤탈리스크를 활용할 수 없기에 이제동도 히드라 러커 체제로 전환했다. 이미 3가스를 확보했기에 하이브 테크까지 동시에 올렸다. 윤찬희도 이제동의 12시 멀티를 저지하기 위해 병력을 전진시켰다. 하지만 이제동의 뮤탈리스크에 진출 시간이 지연되면서 실패로 끝났다.
견제로는 큰 피해를 줄 수 없다고 판단한 두 선수는 싸움보다 자원 확보와 병력 생산에 집중했다. 윤찬희는 예정대로 메카닉 병력을, 이제동은 이를 퀸과 울트라로 응수했다. 이때 테란이 저그보다 멀티를 많이 확보하면서 윤찬희에게 조금 더 유리한 상황이 펼쳐졌다.
두 선수의 승부를 가른 요소는 기동력이었다. 메카닉 병력은 저그 병력에 비해 기동력이 느리다. 이제동은 이를 활용해 양 끝에 위치한 윤찬희의 멀티를 동시에 공략했다.
저그 입장에선 디파일러와 울트라만 있어도 효율적인 싸움을 챙길 수 있고, 테란 입장에선 이를 막기 위해 느린 병력으로 왔다갔다 휘둘리니까 자연스럽게 빈틈이 생겼다. 그 빈틈이 보이니까 이제동은 숨겨놨던 퀸으로 윤찬희의 탱커를 괴멸시켰다.
결국 이제동의 끝없는 러시에 윤찬희의 3시 멀티와 6시 멀티가 모두 파괴됐고 병력 밸런스를 잃은 윤찬희는 GG를 선언했다.

승자전에서 이제동은 12앞마당, 유영진은 배럭 더블로 시작했다. 기세는 이제동이 우위였다. 첫 일꾼 싸움에서 유영진은 SCV를 잡힐 뻔한 위기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났다.
이후 이제동은 3해처리 뮤탈리스크, 유영진은 바이오닉 업그레이드를 빠르게 진행했다. 아카데미가 완성된 타이밍에 4배럭까지 추가하며 병력 생산에 집중했다.
이제동은 8뮤탈 타이밍에 유영진의 본진을 흔들었다. 넉아웃 맵 특성상 본진과 앞마당 사이 거리가 길어 기동력이 떨어지는 바이오닉 병력으로는 수비의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제동은 그 약점을 절묘하게 이용했다.
유영진은 공격력 1단계 타이밍에 병력을 전진 배치해 뮤탈리스크가 계속해서 본진을 때리지 못하도록 유도했다. 이제동은 11뮤탈로 유영진의 앞마당을 두드렸다. 이제동의 완벽한 뮤탈리스크 컨트롤은 유영진에게 대미지를 누적시켰다.
뮤탈리스크로 피해를 주는 동안 5시 멀티와 히드라 체제로 다음 수를 준비했다. 유영진은 앞마당 피해를 감수하고 러시를 감행했다. 하지만 이제동의 본진에는 6성큰이 있었기에 병력을 분산시켜 5시 멀티를 공격했다.
수비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이제동은 과감하게 5시 멀티를 취소하고 하이브 테크를 올리면서 저글링을 모았다. 동시에 뮤탈리스크로 유영진의 앞마당과 배럭을 장악했다. 배럭을 장악하자마자 진격한 저글링은 회군하는 유영진의 병력보다 빨리 뮤탈리스트와 합류했지만 경기를 마무리 짓기엔 숫자가 부족했다.
두 선수는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2가스로 하이브 테크를 탄 이제동은 다시 5시 멀티를 시도했다. 가스 멀티만 주지 않으면 결국 승리한다고 판단한 유영진은 병력을 전부 5시로 보냈고 가까스로 5시 멀티를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싸움은 5시 멀티를 지키느냐, 저지하느냐의 공방전으로 계속 이어졌다. 앞선 전투에선 유영진의 수가 이겼지만 다음 수에선 다리 앞에 4러커를 배치한 이제동이 승리했다. 디파일러까지 추가되어 이제동은 5시 멀티 확보에 성공했다.
하지만 유영진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레디에이트로 이제동의 러커를 제거하며 기회를 노렸다. 이번에는 5시 앞마당의 나이더스 커널이 완성되느냐, 그 전에 러커가 모두 제거되느냐의 타이밍 싸움. 극적으로 커널이 완성되면서 이제동은 5시 멀티 안정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5시 멀티의 완성으로 경기는 급격하게 이제동 쪽으로 기울었다. 유영진은 드랍십으로 반전을 노렸지만 이제동의 탄탄한 철옹성을 파훼하기엔 역부족이었다. 4가스를 확보한 이제동은 울트라리스크까지 추가했다. 유영진의 자원은 점점 떨어졌다. 버로우 저글링에 의해 12시 멀티 활성화도 지연되면서 인구수까지 역전됐다. 결국 이제동의 울트라 부대를 막아낼 수 없는 유영진은 GG를 선언했다.

이제동 16강 진출: 1위로 진출한다고는 다들 예상 못했을 것 같다. 영진이에게 많이 지긴 하지만 단판이라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감을 잃지 않고 경기에 임한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발키리 이후 레이트 메카닉 관련해선 저도 대처를 깔끔하게 하는 편은 아니지만 급하지 않게 따라가면 이길 수 있다. 2경기 본진 3해처리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미네랄이 있어서 지었다. 유리하다고 생각했는데 상대 병력 체크를 못했다. 5시 멀티가 깨지면 불리한 상황이었는데 잘 지켜내면서 이겼다.
연습은 지성, 병영, 영재다. 다들 잘 도와줘서 이길 수 있었다. 케이대 멤버들과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도 감사하다. 기대에 부응해서 앞으로도 좋은 성적 거두겠다.

패자전에서 정경두는 과감한 생더블을, 윤찬희는 1팩 더블로 출발했다. 대각선 위치이기에 정경두가 더 좋은 출발이었다. 윤찬희는 벌처 마인으로 정경두를 압박하면서 드라군 숫자를 파악했다. 이후 빠른 타이밍에 트리플 멀티를 가져가면서 반전을 꾀했다.
정경두의 빌드는 1경기와 똑같이 리버를 활용했다. 윤찬희의 빠른 트리플 멀티로 시간이 흐를수록 테란이 유리할 수밖에 없기에 정경두가 흐름을 바꿔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리버로는 윤찬희의 탄탄한 수비벽에 분위기를 전환활 수 없었다. 특별한 수가 없자 4번째 멀티를 가져가면서 수비적인 운영으로 전환했다. 윤찬희는 이를 간파해 똑같이 4번째 멀티를 가져갔다. 반반 싸움 구도가 형성되면 테란이 유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플레이였다.
장기전으로 돌입하는 과정에서 마인을 밟거나 허무하게 리버를 잃는 등 정경두의 집중력이 급격히 흐트러졌다. 2시 멀티는 벌처에 파괴되고 야심차게 감행한 6시 멀티 러시는 실패로 돌아가면서 윤찬희가 승기를 잡았다.
200병력을 완성한 윤찬희는 첫 진출을 시도했다. 정경두도 첫 교전은 잘 부딪혔다. 하지만 자원 수급에서의 격차가 문제였다. 테란이 오히려 소모전을 펼치니까 인구를 역전하기도 어려운 정경두는 결국 GG를 선언했다.

최종전에서 유영진과 윤찬희는 서로 동일한 빌드를 선택했다. 초반 2마린 SCV 싸움도 비등하게 종료됐다. 두 선수의 균형은 첫 벌처 싸움에서 기울어졌다. 윤찬희가 무리해서 감행한 싸움을 유영진이 효율적으로 막아내면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다음 싸움도 오히려 윤찬희가 먼저 걸었다. 하지만 탱크를 먼저 잃고 병력 수에서도 차이가 나면서 유영진의 대승으로 이어졌다. 유영진은 그대로 윤찬희의 앞마당을 마비시켰다. 시즈 모드로 막아내긴 했지만 유영진이 트리플 멀티를 가져가면서 시간이 갈수록 윤찬희의 희망이 사라지는 구도였다.
이후 서로 탱크 라인을 형성하며 대치전이 펼쳐졌다. 윤찬희는 자원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트리플 멀티를 따라갔다. 하지만 병력과 팩토리 차이까지 좁히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유영진은 시간을 주지 않았다. 넓은 지형을 활용해 윤찬희의 탱크 라인을 서서히 파괴했다. 윤찬희를 위축시킨 유영진은 드랍십으로 흔들었다. 병력 수에서도 밀렸던 윤찬희는 자원 수급에도 제동이 걸리면서 GG를 선언했다.

유영진 16강 진출: 힘들게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대로 실현됐다. 올라가서 다행이다. 1경기에서는 게임이 잘 풀렸다. 경두의 스타일을 잘 연구해서 몰래 커맨드를 짓고 오게 만들었는데 쉽게 이겼다.
2경기에서는 맵 밴부터 변수였다. 이제동이 녹아웃을 밴할 줄 알았다. 연습을 안 하고 경기에 임한 탓에 제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최종전에서 마인 업그레이드가 늦은 것은 분명 찍었다 생각했는데 안 찍혀 있더라. 마인만 빨리 됐으면 금방 끝나는 경기였는데 그로 인해 길게 지연됐다.
박퍼니 정선대 이사장이 제 영원한 베스트 프렌드다. 항상 감사하다. 전태규 총장께도 감사 인사 남긴다. 그리고 응원해준 친구들도 많고 경두도 같은 소속이다. 경두의 복수까지 할 수 있어 다행이다. 연습을 도와준 일장, 태수, 윤철, 범수, 기석과 열렬히 응원해주는 가족들 사랑한다.
요새 실력이 올랐다고 칭찬하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오늘 해보니까 아직 아니더라. 16강에서 더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감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