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전역 첫 시즌 만에 4강까지 진출한 현교수”
‘짭제’ 박상현이 도재욱에게 압승을 거두며 7시즌 만에 4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박상현은 오는 30일 김택용과 임홍규의 대결 승자와 4강에서 맞붙는다.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SOOP은 29일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대회 Google Play ASL 시즌20 8강 3경기를 진행했다. 8강 3경기에는 최근 ASL은 물론 메이저 프로리그에서 남다른 기세를 과시 중인 박상현과 가을의 프로토스 주역인 도재욱의 맞대결이었다.
두 선수의 대결은 6세트까지 이어졌지만 각 세트가 10분도 넘지 않을 만큼 빠르게 결정됐다.
1세트에서 도재욱은 2게이트, 박상현은 9스포닝을 선택했다. 도재욱은 3질럿 2프로브로 러시를 시작으로 하드코어 질럿 러시를 감행했다. 박상현은 수비만 성공해도 유리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박상현의 판단력이 아쉬웠다. 3질럿, 2프로브 러시를 확인하고도 3해처리와 드론까지 생산한 탓에 도재욱의 올인 러시를 막아낼 저글링을 생산하지 못했다. 지속적인 질럿 러시에 드론 숫자가 점점 줄어들었고 결국 6분 만에 GG를 선언했다.

2세트에서 도재욱은 포지 더블을, 박상현은 1세트와 동일하게 9스포닝을 선택했다. 초반 흐름은 박상현에게 유리했다. 도재욱의 정찰 프로브를 빠르게 잡아내며 심리전을 걸 수 있는 요건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도재욱은 더블 이후 2게이트를, 박상현은 트리플 멀티 이후 발링, 히드라로 응수했다. 대각선 위치에서 서로가 공격적인 찌르기 빌드를 선택한 셈이다.
박상현은 히드라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 질럿을 저글링으로 빠르게 차단했다. 도재욱은 뮤탈리스크와 히드라 중 어떤 빌드일지 감각으로 찍어야 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지속적인 질럿 찌르기에도 히드라가 보이지 않자 도재욱은 뮤탈리스크로 판단하고 본진과 앞마당 넥서스 주변에 포톤 캐논을 건설하고 스타게이트까지 올렸다. 당연히 입구는 무방비 상황이 될 수밖에 없었고 박상현이 이를 놓치지 않으며 GG를 받아냈다.

3세트에서 박상현은 오버풀, 도재욱은 게이트 더블을 선택했다. 초반에는 박상현의 심리전이 돋보였다. 히드라 덴을 보여주자마자 트리플 멀티에 스파이어를 지으면서 도재욱의 판단을 무너뜨렸다.
도재욱도 만만치 않았다. 히드라 덴을 확인하고 포톤 캐논을 입구에 건설했는데 스파이어를 보자마자 즉시 취소했다. 승부의 갈림길은 박상현의 스파이어 위치였다. 개방된 지역에 스파이어를 건설한 탓에 도재욱의 질럿 찌르기에 허무하게 파괴됐다.
물론 질럿을 낚기 위한 판단일 수도 있다. 하지만 뮤탈과 히드라 2개로 심리전을 건 빌드였는데 스파이어가 파괴되니까 도재욱 입장에선 심리전 부담이 사라졌다. 박상현은 히드라로 압박하다가 폭탄 드랍을 시도했지만 유의미한 피해를 주지 못했다.
드랍 과정에서 트리플 멀티를 지연시키긴 했지만 오버로드도 대거 소모되어 병력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이후 방어력 2단계와 하이템플러를 조합한 프로토스 병력을 이기지 못하고 GG를 선언했다.

4세트 울돌목은 두 선수의 운명을 가른 승부였다. 박상현은 11스포닝, 도재욱은 게이트 더블을 선택했다. 도재욱은 질럿, 프로브로 박상현의 본진에 진입했다. 박상현은 저글링으로 완벽히 막아내고 발업 저글링을 대량 생산해 찌르기를 시도했다.
도재욱 입장에선 앞마당에서 저글링이 생산된지 모르기 때문에 입구 수비가 허술할 수밖에 없었다. 러시 거리가 긴 울돌목에서는 보통 공중전이 이뤄지니까 저글링 생산을 배제하는 것도 당연하다.
박상현은 이 심리전을 교묘하게 활용했다. 도재욱의 허술한 입구 수비를 놓치지 않았다. 지속적인 저글링 난입을 포톤 캐논 없이 질럿 3개로 막아낼 수 없었던 도재욱은 결국 GG를 선언했다.

4세트의 흐름으로 박상현의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5세트 초반에는 정석적인 구도로 흘러갔다. 이때 박상현이 우회한 도재욱의 질럿를 놓치면서 트리플 멀티 지원 자원 수급 시간이 지연됐다.
하지만 박상현도 저글링을 우회시켜 기습적으로 도재욱의 입구를 통하는 플레이로 응수했다. 저글링 3마리에 도재욱은 프로브 피해를 크게 입었다. 박상현의 저글링 난입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도재욱이 방심한 틈을 이용해 2차 저글링 난입도 성공시켰다.
도재욱이 저글링 수비에 집중하는 사이 박상현은 드론을 충원하며 히드라를 생산했다. 난입한 저글링이 도재욱의 가스 채취를 늦춘 덕에 아둔 건설 시간도 자연스럽게 늦어졌다.
가까스로 공1업은 성공시켰으나 발업이 안 된 질럿으로는 히드라를 상대하기 어려웠다. 박상현의 환상적인 히드라 컨트롤도 빛을 발했다. 경기를 지켜본 선수들이 히드라로는 게임을 끝낼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 예상을 확 뒤집을 만큼 뛰어난 컨트롤이었다. 결국 하이템플러 없이는 히드라 부대를 막아낼 수 없었던 도재욱은 GG를 선언했다.

6세트에서는 박상현이 도재욱을 심리전에서 압도했다. 12앞마당 빌드를 선택한 박상현은 캐논 러시를 감행하는 도재욱의 프로브를 빠르게 잡아내면서 노스포닝 트리플을 시도했다.
포지 더블을 진행한 도재욱 입장에서는 히드라, 뮤탈, 트리플 중 하나를 찍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프로브 정찰을 다시 시도했지만 박상현이 이를 통과시키지 않았다.
도재욱이 가까스로 프로브를 박상현의 본진에 입성시키자 박상현은 레어를 보여주고 프로브를 처치한 뒤 히드라 덴을 올리는 두 번째 심리전을 걸었다. 박상현의 심리전은 제대로 적중했다.
질럿 찌르기로 히드라만 확인한 도재욱은 입구 수비에 집중했다. 이미 레어 테크를 탄 박상현은 스파이어를 완성시키고 뮤탈리스크로 도재욱의 본진을 초토화시켰다. 하이템플러가 나왔지만 마나가 없었고 기동력이 느린 아콘 1기로는 뮤탈리스크를 제압하기 어려웠다.
도재욱이 3가스의 이득을 보고 싶어도 하이템플러가 뮤탈리스크에 암살되니까 방도가 없었다. 박상현은 뮤탈리스크로 도재욱의 힘을 무너뜨리고 히드라로 쐐기를 박았다. 뮤탈리스크에 의해 하이템플러가 대거 죽은 탓에 히드라를 막아낼 여력이 없었던 도재욱은 끝내 GG를 선언했다.

■ 박상현 4강 진출 인터뷰

Q. 7시즌 만에 4강이다. 소감은?
너무 기쁘다. 이기는 게임은 일방적으로 이기고 지는 게임은 일방적으로 져서 멘탈 잡으려고 노력했는데 다행이다.
Q. 2세트에서 히드라를 대량 생산하며 빠르게 승리했다.
원래 재욱이 형의 그 빌드를 노리고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마침 레어보다 발업을 빨리 누르는 빌드였는데 질럿 숫자 보니까 2게이트였다. 히드라를 끝까지 안 들켜서 한 방 있을 것 같다고 판단해 승리할 수 있었다.
Q. 서로 선택한 맵에서 패배했다. 어떤 이유였는가?
1세트 2게이트는 제 서치 방법을 재욱이 형이 잘 간파했다. 오버로드로 봐도 못 막았다. 3해처리를 빨리 지은 것이 후회됐다. 준비했던 것이 서로 맞물리며 빠르게 승부가 결정됐다. 패배할 땐 7판 4선이니까 잊자는 마인드로 임했다.
Q. 오늘 승부가 정말 빠르게 흘러갔다. 어떤 기분이었나?
사전 인터뷰에서 4세트 울돌목이 승부처라고 말했다. 울돌목을 쉽게 이기니까 편안해졌다. 5~6세트는 정말 많이 준비했기에 울돌목 승리가 4강 진출의 원동력이었다.
Q. 마지막 세트에서 노스포닝 3해처리 판단은 어떻게 이뤄졌나?
준비했던 빌드를 들켰다. 원래 센터 쪽에 해처리를 짓는 것이었다. 센터쪽으로 서치가 오는 것을 경험하지 못해 당황했다. 일단 캐논 러시를 안정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판단해 스포닝풀을 안 짓고 수비에만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캐논 러시를 잘 막았고 그 흐름으로 노스포닝 3해처리를 펼쳐 유리하게 흘러갈 수 있었다.
Q. 김택용, 임홍규 둘 중 한 명과 만난다. 누구와 만나고 싶은가?
2명 모두 좋아하는 선수들이다. 홍구는 16강에서 이겨 확실하게 서열을 정리했다. 이번엔 택용이 형이랑 맞붙고 싶다.
Q. 경기를 도와준 동료들과 응원해준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지금까지 언급해야 하는데 긴장해서 까먹은 사람이 있다. 와이프다. 와이프가 육아를 전담해 연습에 매진할 수 있었다. 연습보다 육아가 더 힘든데 배려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연습은 정경두, 윤철이 형, 현제 형이 도와줬는데 감사하다. 이번 시즌은 사실 군 전역 이후 첫 시즌이라 마음 편하게 먹고 했는데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 여기까지 온 김에 우승 한 번 해보겠다. 많은 응원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