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거울처럼 매끄러운 흑연 필름 생산기술 개발

2025-08-12 18:00:00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거울처럼 매끄러운 흑연 필름의 샘플 이미지 및 투과 전자현미경 이미지(IBS 제공) /뉴스1

작은 결정 크기와 거친 표면의 한계를 넘어 매끄러운 고품질 흑연 필름을 제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 로드니 루오프 연구단장 연구팀이 기존 합성 흑연보다 약 1만배 큰 밀리미터 크기의 결정립을 가진 거울처럼 매끄러운 흑연 필름 생산법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흑연은 전기와 열이 잘 통하는 성질은 물론,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성질을 보이는 ‘이방성’ 특성을 가져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소재다. 배터리 음극재를 비롯해 촉매, 원자력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수십 년간 연구자들은 더 넓은 면적의 결정립과 매끄러운 층상 구조를 갖춘 고품질의 인공 흑연 생산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기존의 고온 처리 방식으로 생성된 흑연은 결정립 크기가 제한적이고 밀도가 낮으며 표면이 고르지 않다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흑연 필름은 결정 크기가 작고 냉각 과정에서 주름이나 변형이 발생하기 쉬워 제작에 어려움이 많았다.

연구팀은 독창적인 ‘다공성 기판’ 전략을 활용해 이를 극복했다. 흑연을 성장시킨 후 니켈-몰리브데넘(Ni-Mo) 합금을 녹여 액체화한 상태에서 니켈만 선택적으로 증발시켜 스펀지처럼 다공성이 높은 기판을 제작했다. 이렇게 만든 다공성 기판은 쿠션처럼 작용해 흑연이 구겨지지 않고 응력을 흡수해 필름의 주름이나 꺾임을 방지한다.

특히 연구진은 주름 없는 표면과 밀리미터 크기의 결정립을 가진 거울형 흑연을 합성하기 위한 최적의 조합을 찾고자 여러 금속을 조합했다. 그 결과 니켈-몰리브데넘 조합이 가장 좋은 성능을 보였다. 이 조합을 사용하면 초당 6.2개의 원자층이 성장하는 기존 방식 대비 20배 이상 빠른 속도로 흑연이 성장해 대면적 흑연 필름 생산에 특히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합성된 흑연 필름은 기계적 테스트에서 단결정 흑연의 이론적 한계에 매우 근접한 탄성계수 등을 나타내 지금까지의 합성 흑연 중 가장 뛰어난 수준을 기록했다.

이 필름은 또 다이아몬드와 유사한 탁월한 열전도도와 높은 전기 전도도를 기록했다.

이러한 고순도의 흑연 필름은 인공지능(AI) 칩과 같은 고출력 전자 장치의 열 관리를 비롯해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및 센서에서 사용되는 초고강도·고전도성 부품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마찰이 거의 없는 코팅재나 첨단 배터리 음극재로의 응용 가능성도 기대된다.

공동 교신저자 성원경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는 고품질 흑연 필름의 대면적 맞춤형 생산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다양한 산업 분야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로드니 루오프 연구단장은 “고품질 흑연에 대한 우리의 기초 연구가 전 세계 다른 연구 그룹의 심도 있는 연구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